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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밥 먹는 행위의 의미 Feat. 식구, 가족시 詩 Poetry 2021. 2. 24. 19:57
처음으로 언덕 따라 올라가서, 애피타이저 at Queen's Park [Feat. 다른 분 돈 다른 분 산] 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
정일근
모난 밥상을 볼 때마다 어머니의 두레판이 그립다.
고향 하늘에 떠오르는 한가위 보름달처럼
달이 뜨면 피어나는 달맞이꽃처럼
어머니의 두레판은 어머니가 피우시는 사랑의 꽃밭.
내 꽃밭에 앉는 사람 누군들 귀하지 않겠느냐,
식구들 모이는 날이면 어머니가 펼치시는 두레판.
둥글게 둥글게 제비새끼처럼 앉아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밥숟가락을 높이 들고
골고루 나눠주시는 고기반찬 착하게 받아먹고 싶다.
세상의 밥상은 이전투구의 아수라장
한 끼 밥을 차지하기 위해
혹은 그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이미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짐승으로 변해버렸다.
밥상에서 밀리면 벼랑으로 밀리는 정글의 법칙 속에서
나는 오랫동안 하이에나처럼 떠돌았다.
짐승처럼 썩은 고기를 먹기도 하고, 내가 살기 위해
남의 밥상을 엎어버렸을 때도 있었다.
이제는 돌아가 어머니의 둥근 두레판에 앉고 싶다.
어머니에게 두레는 모두를 귀히 여기는 사랑
귀히 여기는 것이 진정한 나눔이라 가르치는
어머니의 두레판에 지지배배 즐거운 제비새끼로 앉아
어머니의 사랑 두레 먹고 싶다
면접을 보는 날, 바로 그 회사분들과 밥을 먹은 경험이 두 번 있다.
한 번은 한우를, 또 한 번은 김가네 김밥들과 라볶이/떡볶이를.
모두 합격.
함께 밥을 먹는 행위의 의미를 일깨워준 옛 추억이다.
함께 밥을 먹는다면 둘레상에서 먹는 것이 좋겠다.
빈부귀천, 서열 상관 없이 다 같은 사람, 식구, 가족으로 대우 받는 시공간.
'세상의 밥상'과 대조되는 '어머니의 두레판'만이 그러한 시공간이다.
물론 예전에 우리 나라도 빈부귀천에 따라 잔칫집에서나 상갓집에서도
손님 접대하는 상차림이나 시공간이 달랐다.
집안 내에서도 서열을 따져 웃어른의 진지상을 따로 차려 드리기도 하였다.
그런데 요즘은 오히려 따로 차려 드리거나 따로 먹으면
예의가 아닌 것으로 여기는 경우도 있다.
아들딸, 며느리, 사위 및 손자 손녀 얼굴 보자고 모이는 것 아닌가.
그래서 다같이 둘러 앉아 한 상에서 먹는 것을 예의로 여기는 점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식사 자리에서 웃어른에 대한 예절은 지켜야 하지만 말이다.
둘레상이 주는 편안함 혹은 불편함.
가끔 손님이 오시거나 하면 같이 밥을 먹으면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때가 있다.
'어머니의 두레판'에서 먹는 밥이야말로 가장 편안한 것 아닌가.
전복 및 버섯 리조또 at Queen's Park [Feat. 다른 분 돈 다른 분 산] '세상의 밥상'과 대조되는 '어머니의 두레판'.
모두 둥글게 둥글게 앉아 차별없이 주는 밥과 온갖 반찬들.
경쟁과 싸움과 이전투구에 '짐승'이 된 사람도
'이제는 돌아가' '앉고 싶'은 '어머니의 둥근 두레판.'
'어머니에게 두레는 모두를 귀히 여기는 사랑이기에'
귀히 여기는 것이 진정한 나눔이라 가르치는
어머니의 두레판에 지지배배 즐거운 제비새끼로 앉아
어머니의 사랑 두레 먹고 싶다'코비드 19로 인해 향후 5년의 발전 속도로 나아가야 할 스마트/디지털 세상이
지난 해 5개월 만에 이뤄졌다고 한다.
4차 산업 혁명은 더 빨라지고 이와 함께 '무한경쟁'은 더 무한성을 띄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이 시대에 이전에는 즐겨 하지 않던 '집밥'을 하려고 한다.
집밥처럼 '글밥'을 하려 한다.
가족 외에 누군가를 위해 요리해 본 적이 있었던가.
요새 무슨 요리를 할까 종종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또 냉장고를 맛있게 잘 파 먹기 위해서 고민한다.
함께 무언가를 해먹기 위해서
"웰컴 투 동막골"에서 동네 사람들이 어떻게 이장님 말을 이렇게 잘 듣느냐 묻는 말에
이장님 왈,
"뭘 멕이야 돼."
그래, 누군가와 밥을 먹는 것이야말로
그 사람을 내 사람, 내 편으로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필자는 늘 내 사람, 내 편으로 만들겠다보다는
의도적인 접근보다는
그냥 자주 먹다 보면 친해지고 친해지다 보면 내 편이 되는 것을 터득하였다.
지금 당장 동료로서 업무 관계에서 효율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그 사람을 알아가고 싶어서, 사람 대 사람으로 친하고 싶어서 말이다.
작고 사소한 음식, 하물며 물 한 잔이라도 목마른 누군가에게 건넨다면
큰 위로와 위안이 되리라.
앞으로 지을 집밥과 글밥이 '어머니의 둥근 두레판'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먼저 집밥과 글밥을 나부터 잘 먹고 소화하고자 한다.
추신 [ P.S ]
우리 집 상.
교자상[교제상] 새로 사야 한다.
시처럼 둘레로 앉을 수 있는 둘레상을 구하면 가장 좋겠다.
둘레상 6인용 혹은 8인용 혹은 직사각형 교자상 6-8인용을
집에 잘 안쓰고 잘 모셔 놓기만 하신 분이 계시다면
4명의 우리 딸래미들과 둘러 앉아 먹을 수 있도록
우리집에 나눔해 주시면 정말 고맙겠다.
참고로 우리집 교자상은 펴지기는 하는데 한쪽 다리가 접히지 않아 못쓰고 있다.
둘레로 앉아서 먹을 수 있는 둘레상이면 가장 좋겠지만
어떤 형태이든 6-8인용 큰 상이 있으신 분 연락 주시기를 바란다.
물잔도 멋진, 인테리어 방배동사이길파스타맛집 at Queen's Park [Feat. 다른 분 돈 다른 분 산] *B.A.G의 모든 문구, 문장, 글, 사진, 동영상의 저작권은 B.A.G에게 있습니다. 무단 도용시 법적 조치를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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