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는 말은 _ 정현우

www.youtube.com/watch?v=97_VJve7UVc

조성진, Debussy Claire de lune 드뷔시 달빛

시를 즐기는 삶으로 돌아와서 좋다.

잠깐 하늘을 보고 동영상 찍듯

 

매일 한 편의 시를 읽거나

한 권의 시집을 손에 들고

혹은

겨드랑이에 끼고

산책을 나가 벤치에 앉아

한 편의 시를 읽는 삶.

 

박해석, 백석, 윤동주, 오규원, 나태주, 나희덕,

정희성, 신경림, 이상 

그리고 다 열거할 수 없는

무수한 시 발명가들이 살아 숨쉬는 시공간

에서 거닐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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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는 말은

 

            정현우

 

사람이 손가락이 다섯개가 달린 것은

꽉 끌어안으라고 있는 거야

 

엄마가 할머니를 끌어안듯

고래고래 우는 그런 밤

맞잡은 두 사람의 손

움켜쥘 수 없는 검은 빛

반음씩

내려가는 건반

 

손을 꽉 쥐고 태어나는 인간은

지울 수 없는 슬픔을

듣고

말하고

세라고

다섯개의 손가락을 가진 것

 

내가 가진 오르간을

누른 적 없어

서툰 슬픔을,

오,

다섯 손가락이라고 부른다면

 

신이 내게 준

촉수같이 갈라진

열개의 손가락을 가지런히 모아

 

오, 신에게 기도하는 엄마는

오, 라는 말을 닮았지

 

둥근 눈동자를 마주 보고 있어도

할머니가 보고 싶은지

엄마는 슬퍼할 수 없는지

그렇게 살아도 되는지

물을 수 없어

 

오, 할머니 가슴에 안긴

엄마의 눈이 어린아이 같아서

 

오, 싫증이 나는 것들은

나를 왜 울게 하나

 

오, 신이여

엄마라는 말은

밤의 실족사

발을 헛디뎌 떨어져 죽을 일도 없지

오, 라는 말을 하게 하지

엄마라는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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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연은 반어법이 쓰인 것이라 여겨진다.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와 시의 흐름을 보았을 때

시적 화자에게 엄마는

지극한 사랑의 대상이므로.

 

오늘 같은 날.

그에 맞는 시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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